2013년인가, 농심에서 강글리오라는 커피믹스를 선보이며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 진입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할인점이나 수퍼마컷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 조차 보이지 않게된 단종 브랜드-제품이다. 당시 들리는 소문으로는 농심의 회장님께서 '차별화 요소'로서 몸에 좋은 녹용 성분, 강글리오사이드를 함유하여, 기호식품에 건강 기능을 추가한 컨셉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농심 직원에게 물으면, '회장님이 시켜서'라는 답변이 나올 정도였으니, 얼마나 제품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으면 그렇게 했을까?
녹용의 효능이 무엇이길래
회장님이 추천한 녹용의 효능이 뭐길래, 커피믹스에까지 담아서 생산비와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게 되었을까? 네이버 지식백과의 '한의사 공병희의 현대적 본초 읽기'에 따르면, 녹용은 한의원의 대표적인 강장약의 하나로, '보약'의 대표주자로 소개하고 있다.
강장제 強壯劑는 온몸의 물질대사를 촉진하고 영양을 도와 체력을 증진하고 몸을 튼튼하게 하는 약으로 자양제 滋養劑가 이에 속한다. 자양제는 영야소를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는 약을 말하며, 급히 영양의 보급을 필요로 하는 환자나 어린이에게 쓰며, 영양소의 종류에 따라 단백 제제, 지방 제제, 당질 제제, 비타민 제제 등이 있다.
녹용의 효능은 이를 연결해서 '자양강장제' 滋養強壯劑로써 언급되곤 하는데, 몸에 영양분을 공급하여 영양 불량, 허약함을 다스리고(滋養), 오장의 기운을 튼튼하게 하는데(強壯) 도움을 준다고 한다.
'자양강장' 기능이라고 '보약' 補藥 이미지로 다소 막연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녹용을 상품화하는 경우, 구체적인 기능성을 이야기하거나 성분에 대해 소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녹용에 함유된 주요 성분 물질에 대해 살펴보니, 강글리오사이드 Ganglioside와 글리코사미노글리칸 Glycosaminoglycans가 대표적인 생리활성물질이다. 각 성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강글리오사이드 Ganglioside
녹용 내 대표적 생리활성물질인 강글리오사이드는 당스핑고지질의 하나로서 탄소사슬에 하나 이상의 시알산 sialic acid을 가지고 있는 당지질이다. 강글리오사이드 함량을 측정하는 방법은 까다롭기 때문에 강글리오사이드의 지표물질로서 시알산을 측정한다. 일반 녹용에는 시알산이 g당 0.93mg 함유되어 있다.
강글리오사이드는 조직과 세포 특성에 따라 다양한 조성으로 존재하는데, Gangliosides GM3, GM1, GD1a 등 60가지 이상의 종류로 존재한다. 우리 몸의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탄소 골격에 하나의 시알산을 갖고 있는 모노시알로강글리오시드 Monosialoganglioside로 존재하고, 신경계에서는 시알산을 두 개 이상을 갖고 있는 강글리오사이드로 존재하며 그 양이 상대적으로 매우 풍부하다. 이러한 강글리오사이드는 척추동물의 뇌, 간, 골격과 적혈구 등 다양한 조직에 분포하고 있는 물질이다.
강글리오사이드는 세포 외부의 자극을 세포 내로 전달하여 세포부착과 세포분열, 세포 인식작용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는 암세포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강글리오사이드의 시알산 구조의 변화가 암세포 전이 기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고, 세포인지 작용 조절 기능에서 장기 이식과 관련해 면역 거부반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글리오사이드가 제대로 합성되지 않거나 유전적 변이가 나타날 때, 인체 면역체계가 말초신경과 중추신경을 공격하는 길랑-바레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강글리오사이드가 근육 합성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기에 관여하는 것이 mTOR이다. mTOR은 mammalian target of rapamycin의 약자로 포유류 라파마이신 표적 단백질로서 세포 내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 인산화효소(세린)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TOR로 약칭하고 있다. 단백질복합체를 형성하며, 세포증식인자, 세포환경 내 아미노산 농도균형, 에너지상태에 의해 제어된다. 리포솜단백질 S6인산화효소 등을 인산화시킴으로써 단백질합성을 제어함과 동시에 세포 크기 조절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글리오사이드는 TOR의 활성을 증가시켜 근세포 합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글리코사미노글리칸 Glycosaminoglycans GAGs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은 뮤코다당류라고도 불리우며, 모든 포유류 조직에 존재하는 이당류 반복 유닛으로 구성된다. 신체 내에서의 기능은 광범위하며 분자 구조에 의해 몇 종류로 구분된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GAGs가 세포 신호 전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방대한 양의 생화학적 과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 중 일부가 세포 성장 및 증식의 조절, 세포 부착 촉진, 항응고 및 상처 복구 등이다. GAGs의 4가지 주요 그룹은 핵심 이당류 단위에 따라 분류되는데, 헤파란황산염, 황산콘드로이틴, 케라탄황산염, 히알루론산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외 더마탄 황산염이 있다. 다양한 글루코사미노글리칸들은 2차 당화 과정에서 단백질에 결합하게 된다.
위의 그림에서 글루쿠론산 Glucuronic acid은 글루코스 Glucose에서 유도되는 우론산으로서 간에서 독성을 해독하는 작용을 한다. 우론산 Uronic acid은 당의 알데히드기 또는 카르보닐기와 함께 카르복시기 1개를 갖는 당 유도체로 케토우론산 Ketouronic acid, 2-케토알돈산 2-ketoaldonic acid, 알도우론산 aldouronic acid을 아우르는 의미며, 좁은 의미로는 알도우론산만을 가르킨다. 천연으로는 글루쿠론산, 만누론산, 갈락투론산의 3종이 존재하며 대부분은 다당류의 성분으로 되어 있다.
콘드로이틴황산염 chondroitin sulfate은 점액성 다당류로 글루쿠론산의 종류와 황산기의 결합 위치에 따라 A, B, C, D, E 형으로 나뉜다. A형과 C형은 연골에, B형은 피부에서 주로 존재한다. 항염증 및 진통 효과, 세균 감염 억제 작용 등의 효과가 알려져 있고, 신경 성장 촉진 기능, 혈관 생성 억제 기능에 의한 항종양 및 항암 활성 억제와 피로 억제 효과 등이 보고되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질병 변경 골관절염 치료제' (DMOAD)로서 임상 용도로 잘 알려진 물질이다. 나이가 들면서 콘드로이틴 황산염이 감소하면 피부 노화가 빨라지고 관절의 움직임이 원활치 못하게 된다. 항염증 효과를 가지는 콘드로이틴 황산염이 결핍되면서 연골 세포의 기능이 저하된다. 또한 히알루론산 합성이 저조해지면서 관절염의 증상이 심화된다.
히알루론산 Hyaluronic acid는 신체 조직 어디에나 존재하며 물 분자를 끌어당기는 능력으로 잘 알려져있다. 히알루론산의 극성이 높은 구조로 인해 자신의 무게의 10,000배의 물과 결합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활막관절 滑膜關節의 윤활과 상처 치유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조직 재생 및 피부 복구 촉진을 위해 사용된다. 그래서 다양한 화장품에 사용되어 피부 탄력 증진 및 심미성 향상에 효능을 나타낸다. HA는 물 결합 능력 외에도 혈관 생성 촉진 및 억제에 관여하므로 발암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글리코사미노글리칸 GAGs이 일반 녹용에 g당 0.93mg 정도 함유되어 있다.
녹용 제품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녹용 관련 브랜드-제품들이다. 녹용은 그 기능성에 대해서 아직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받지 못한 상황이기에 모든 브랜드들이 녹용의 기능에 대해 직접적으로 소구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활력'을 준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녹용이 갖고 있는 전통 한방의 이미지, 귀한 원료의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 중에서도 생산/판매사의 신뢰 이미지 외에 별도의 차별화 요소를 가져가고자 노력한 브랜드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구전녹용" 브랜드가 녹용 산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고객 세그먼트별로 다양한 타입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른 하나는 "메타발효녹용"의 경우는 '발효 녹용'이라는 컨셉을 채택한 제품으로 발효에 의한 녹용 성분 중 강화 요인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들었고, 다른 부원료를 통해 면역, 성장 발육 촉진에 도움을 주는 요소를 표현한 노력이 엿보인다. 이 역시 녹용 기능의 직접적 표현은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보약' 원료로서 녹용을 주원료로 사용한 제품들이라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에 해당하지만 상당히 고가로 설정한 점은 공통 사항이다.
녹용, 레드오션인가 블루오션인가?
녹용은 사슴과 사슴속에 속한 매화록, 마록, 대록의 숫사슴의 털이 밀생되고 아직 골질화되지 않았거나 약간 골질화된 어린 뿔을 자른 다음 말린 것을 말한다. 영어로는 일반 사슴뿔을 Antler라고 하며, 녹용은 Velvet antler라는 표현을 쓴다. Velvet antler에 대해서는 'pre-ossified deer antler'라고 하여 '골화되기 전의 사슴뿔'로 설명한다.
벨벳 Velvet 같은 털이 많은 피부로 덮여 있어서 그러한 이름이 붙여진 것이고, 사슴뿔 Antler이 아직 석회화되지 않았거나 발달이 완료되지 않아서 뿔의 가지들 tines이 둥굴게 되어 있다.
포유류에서 1년을 주기로 완전하게 재생되는 유일한 유기물이라고 한다. 사슴의 뿔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데, 뿔의 성장기에는 연골, 골, 신경, 피부 및 혈관이 거의 동일 속도로 성장한다. 녹용은 부위에 따라 분골, 상대, 중대, 하대로 분류하고 끝 부분인 분골의 효과가 한의학적으로 가장 크다고 여겨져왔다. 실제 성분 연구에서도 아미노산, 단백, 성장인자, 당류 등의 성분이 분골에 가장 많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산 녹용이 원용 元茸이라 하여 크기가 크고 굵으며 골밀도가 높다고 말하는 곳이 있고, 뉴질랜드산 녹용이 더 좋은 품질을 보인다고 이야기하는 측도 있다. 그외 중국과 몽골에서 서식하는 마록의 녹용도 사용되고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편강한방연구소와 광동건강생활은 러시아산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고, 한국인삼공사 등은 뉴질랜드산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원료의 품질, 원가, 공급 안정성 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공급처를 선택했을 것이고, 이에 대해 소구할 수 있는 장점을 커뮤니케이션 했으리라 본다.
이에 대해서 명확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진 못했으나, 러시아 마랄사슴의 녹용이, 업체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혹독한 추위와 청정지역의 풀을 먹으며 방목 형태로 사육되었기에 골질화가 느려 뿔의 골밀도가 높아 고품질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국가 차원에서 양록산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등급 기준 마련에 따른 품질 관리가 정교한 뉴질랜드산이 품질 편차가 적은, 안정적인 원료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러한 녹용은 전통적으로 한의학의 약물로 사용해왔고, 강장, 보혈, 무기력, 요슬위약 등의 치료에 적용되어 왔다.
전통적이고, 한방적인 이미지의 원료라 장년층 이상에서 주로 이용하고 있는 '보약' 이미지의 녹용.
지금까지는 전통적 이미지에 편승하여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왔고, 시장의 크기는 막연한 '활력 증진' 기능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고객층에 한정하여 형성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녹용 시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기 위해서는,
녹용이 갖는 기능성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을 바탕으로, 기능성을 부스팅 boosting할 수 있는 별도의 기술이 접목된다면, 기존의 활력 증진을 위해 녹용을 이용하던 노인층 고객뿐만 아니라, 보강된 기능성으로 non-user로 분류된 세분 시장인 학생, 회사원으로까지 고객층을 넓힐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본다.
한편, 한국 인삼, 홍삼이 K-food로서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된 것과 같이, 녹용 가공 제품도 기능성과 편리성을 갖춰 K-food의 한 줄기로 수출될 수 있다면, 이 또한 시장 확대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기술이 활력을 잃은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참 고 ▣
* "Deer Industry New Zealand" website : https://deernz.org
* NCBI site : "Glycosaminoglycans"
* 네이버 사전 : 글리코사미노글리칸, 강글리오사이드, 글루코론산, 우론산, 콘드로이틴황산염, 히알루론산 등
* 각 브랜드별 홈페이지
* WIKIPEDIA : "Velvet an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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