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 권의 책 '브랜드'를 비교해보고, 추천하고자 한다.
'멀티팩터'는 2020년 2월에 출간된 책이고,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는 2019년 9월에 출간된 책이다. 아마 각 온라인 서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가봐도 이 두 권의 책은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으리라 본다.
신상이 나왔으니 출판사들과 서점들은 열심히 광고해야할테니 눈에 많이 띌 것이고, 콘텐츠가 뒷받침되어준다면 롤로이가 쓰는 서평처럼 여러 추천 후기들이 신규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줄 것이다.
멀티팩터는, 김바비라는 필명으로 네이버 블로그 'Second Coming'을 운영하며, 2017년 소비시장과 자영업의 위험, 실패 등을 경제이론을 통해 분석한 '골목의 전쟁'을 출간한 김영준님의 책이다. 기업은행 영업지점에서 외환과 기업여신 업무를 담당했다.
페이스북과 브런치에서 Brand Boy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안성은님은 현재 광고대행사 이노션 월드와이드에서 AE로 일하고 있고, 브랜드에 대한 관심으로 독서 토론모임 트레바리에서 브랜드 관련 책을 읽는 클럽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두 권의 책이 동일한 주제를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다루기 때문에 작가의 약력, 경력은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비교해볼 수 있는 동일한 주제, '무신사'에 대한 내용도 있기 때문에 이 두 작가의 관점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 관점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이, 그들이 몇 년동안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주제에 관심을 쏟아왔는지 등이라고 생각한다.
'멀티팩터'는 시장과 비즈니스 단위로 어떤 기업과 그 브랜드의 성공 요인들, Key success 'multi' factors를 비즈니스의 운영 측면에서 파악해 들어가는 관점을 보이고,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는 브랜드가 드디어 팔리게 된 'key success factor'를 사업가의 마인드, 브랜드의 정신, 조직 문화, 디자인 (인테리어) 요소 등에서 발굴해내는 특징이 있어 보인다.
재미나게도 두 권의 책에서 공통으로 다루고 있는 '무신사'의 예시를 살펴보자.
멀티팩터에서 말하는 무신사의 성공 요인은?
무신사, 2019년 현재 국내에서 가장 핫한, 규모가 큰 패션 커머스 기업.
2019년 10월 기준 가입자 550만 명, 입점 브랜드 3,500개, 2018년말 기준 매출액 1,081억 (판매수수료 포함), 상품 거래총액은 약 4,500억 원. 2019년 거래액 1조 원 이상 전망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2001년 조만호 대표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프리챌 신발 커뮤니티를 만든 것으로 시작,
'무지하게 신발 사진 많은 곳'. 수집한 신발 사진을 올리고, 해외 웹사이트에 게시된 한정판 신발 사진을 설명과 함께 올려두는 신발 사진 갤러리의 역할을 수행
나이키가 스포츠 어패럴 산업에도 진출했듯, 무신사도 신발뿐만 동대문 스트리트 패션 사진도 올리게 된 점을 언급.
신발, 의류 사진과 정보 교환의 장이었기에 "커뮤니티"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프리챌의 유료화를 계기로, 많은 커뮤니티들이 다음 카페로 옮겨갔지만, 조만호 대표는 무신사닷컴이라는 독립 사이트를 오픈했다. (저자도 파악할 수 없었던 부분으로, 어떤 인터뷰에서도 밝혀지지 않은 내용으로 1년 휴학, 대학 등록금 투입 등의 행보를 보면, 어떤 의도와 목표를 갖게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2006년, 매거진 서비스 시작. 무신사 내 커뮤니티의 글을 편집하여 읽기 좋게 가공, 웹진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무신사는 스트리트 패션과 그것의 국내 브랜드 관련 정보를 가장 얻기 좋은 인터넷 홈페이지가 되었다.
2009년, 무신사 스토어 오픈. 웹진을 통해 소개해오던 국내 브랜드 판매를 시작으로 편집숍으로서 무신사 스토어가 출범하였다. 룩북과 큐레이팅 서비스의 연결. 무신사의 주요 이용자는 10-20대이며 그 중 남성의 비중이 높다. 남성 패션 영역에서는 당시 제대로 된 경쟁자도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상태였다. (스토어 오픈 전에 이미 가입자수 25만 명 이상)
2010년대는 스트리트 패션의 성장기로서 무신사 사업도 급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를 만나게 됐다.
해당 시장의 성장 속에서 준비된 플레이어가 되어있었다. 무신사 스토어에 입점한 브랜드와 상품을 큐레이팅하고 스토리를 만들며 웹진과 연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알리고 판매했다.
2014년, '실시간 베스트 랭킹'이라는 서비스 출시. 무신사에 날개를 달아준 서비스. 소비자들은 현재의 패션 트렌드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10-20대 초중반 남성 소비자들에게 패션에 대한 안목을 기르게 하고, 또래들 사이의 동질성을 표현하는 트렌드를 알려주는 창구였기에 고객 인사이트와 잘 맞아떨어지는 서비스였다. 이러한 사이트, 스토어의 인기 덕분에 무신사는 브랜드 중개 판매하는 중개판매업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입점 수수료 30%로 백화점 수수료율과 차이가 크지 않은 수준이다.
높은 수수료율을 받으면서 영업이익률을 높게 가져갈 수 있었고, 2015년 29.2%, 206년 45.9%, 2017년 34.5%, 2018년 24.9%. 빠른 성장율을 보이면서도 20% 이상의 영업이익률로 나타났다.
여성의류 쇼핑몰의 경우 쇼핑몰 대표가 곧 그 브랜드. 젊고 아름다운 여성 대표는 멋지고 예쁘고 옷도 잘 입으며 누구나 선망하는 생활을 보여준다. 여성 소비자들의 워너비가 되고 인플루언서가 된다. 여성 의류 쇼핑몰은 팬에 기반한 비즈니스 특성이 강한 편. 그러나 남성 소비자는 남자 대표의 팬이 되지 않는다. 여자 대표가 있다해도 매출이 높지도 않다. 여성에 비해 패션에 돈을 안 쓰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남성 쇼핑몰 시장에서 규모 있는 쇼핑몰 등장이 어려운 이유이다.
이러한 남성 패션몰 시장에서 무신사의 성공은, 그동안 축적해온 자원이 만들어낸 성공으로 볼 수 있다.
무신사는 취미가 거대한 사업으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라고 언급한다. 취미가 돈이되려면 높은 사업성을 가진 영역일 때에나 가능하다.
2000년대 초반, 20대 초반의 수많은 창업가들이 등장. 자신들이 좋아하는 취미영역의 아이템으로 사업 시작. 심지어 지도 좋아하는 사람이 차린 지도 쇼핑몰도 있었음. 하지만 지도에 대한 취미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돈을 벌기 어렵다. 돈이 되는 분야의 취미를 갖는 것도 행운이다.
무신사의 성공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무신사가 커뮤니티 시절부터 가입자와 영향력을 바탕으로 모색을 계속했다는 점이다. 조만호 대표는 커뮤니티 회원 수가 자산이 될 것임을 알았던 것으로 보이며 꾸준히 무언가를 시도해옴. 그때까지도 사업모델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무신사가 머물던 시장이 전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에 따라 폭발적인 성장을 나타냈다.
그러므로 무신사의 성공에서 보듯이, 사업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을 계속 확장하고 늘려가야 한다. 스토어를 오픈하기 전에 25만 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곳과 경쟁이 안 된다. 경쟁은 철저한 자원의 싸움이다. (네, 말이야 쉽지요.)
무신사의 홈페이지는 깔끔하거나 예쁘지 않다. 복잡하고 투박하다. 대부분의 온라인 편집숍과 쇼핑몰들이 UX/UI에 감각적으로 이쁘고 멋지게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에 반해 이례적이다.
다른 곳에서는 통하기 힘든 방식이나 이렇게 해도 판매가 가능한 것은 무신사가 그만큼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는 많은 스타트업과 유니콘 기업의 재무상태표에서 인건비, 배송비, 광고선전비 등의 항목에서 과도하게 지출이 발생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해당 기업이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우위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다. 반면 무신사의 재무상태표에서는 해당 항목에서 과도한 비용 지출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주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KSF, 경쟁에 필요한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것. 팬이 있다면 팬을 늘려야 하고, 운영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이용자 수를 늘려야 한다.
무신사가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웹진은 그 자체로 큰 수익이 되지 않았지만, 이것이 사업의 훌륭한 자원이 되었다고 본다. 이렇게 최대한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늘려나간 상태에서 운을 기대해야 한다.
무신사에게 운은 전세계적 패션 트렌드의 변화와 웹진이 스토어와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다.
무신사의 미래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 압도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다양한 국내 브랜드를 소개하며 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무신사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PB상품까지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경쟁자의 등장이나 패션 트렌드의 급변이 없는한, 무신사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브랜드 보이의 무신사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팔리는 이유가 있다고 얘기하는데, 무신사는 '집요'라는 부분에 넣어 소개하고 있다. 초일류 브랜드는 미친 듯한 집요함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초일류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광적인 규율을 준수하고 고객에 집착한다. 실패하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끝내 성공하는 것.
다만, 저자는 무신사의 2018년 TVC 기획에 참여한 AE이다. 내부 정보가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기 때문에 비교에서 강점 요인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책 전체에서 가장 깊이있는 분석 파트 중 하나일 수도 있다.)
무신사. "실속이 답이야"
중국 무술, 태극권과 영춘권이 종합격투기에 패배하는 영상. 실전에는 전혀 통하지 않는 이유는 '실속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사업에 실패하는 원인도 하나로 모인다. '실속이 없어서!'
실속이 없다는 것은 준비 없이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겉만 '삐까번쩍'하게 만들뿐 맛, 서비스 어느 것 하나 준비된 것이 없어서 연예인빨이 끊긴 이후 손님도 끊긴다.
실속 없는 기업도 많다. 거액의 적자를 내는 기업이 천문학적인 금액의 가치로 평가받는다. '계획된 적자'라는 미명하에 손실을 당연시한다. 쿠팡, 마켓컬리 같은 기업들이 몸집을 키웠지만 앞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알 수 없다. 이들이 미래의 수익을 담보로 '찬란한 꿈'을 세일즈하고 있다. 실속은 찾아보기 힘들다.
온라인 패션 셀렉트숍 무신사가 돋보이는 건 '실속' 때문이다. 무신사는 허울 가득한 패션계에서 집요하리만큼 실속을 추구했다. 설립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이익을 냈다. 2018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081억 원, 262억 원. 전년 대비 각각 +60%, +15%. 전자상거래 기업 중 흑자를 내는 곳은 무신사와 이베이코리아 정도. 무신사는 이제 '패션계의 아마존'이라 불린다.
신발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고등학생이 프리챌에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신발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지, 놀이터였다. 아는 사람만 아는 사이트였다. 소수의 무리가 열광하는 사이트였다. 다수의 모호한 호감보다 나았다. 만인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 '열광적인 소수'를 얻었다.
2006년, 커뮤니티는 온라인 잡지 웹진이 됐다. 커뮤니티의 업그레이드 버젼이다. 패션 정보를 수집하던 것에서 편집이 더해졌다. '데님 팬츠 잘 입는 일곱 가지 방법', '요즘 잘나가는 스트리트 브랜드' 등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주제를 달았다. 패션 매거진처럼 읽기 좋게 가공했고, 국내외 패션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풍성하게 소개하면서 무신사의 팬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9년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었다.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웹진과 커머스의 결합. 그때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시도였다. 단순히 브랜드 옷을 판매하는 온라인몰과 달랐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쇼핑몰로서 경쟁 사이트 대비 '체류 시간'이 배 이상 높았다.
한때는 '분더샵'이 되고자 유명 브랜드의 한정판을 가져와 판매하기도 했다. 2-3년 뒤 멋지고 폼 나는 일이 돈은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허세를 내려놓기로 했다. 브랜드의 허들을 낮춰 신생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켰다. 가격도 낮춰 박리다매 전략도 취했다. 그때부터 무신사의 제품들이 '팔리기 시작했다'. 실속을 연료 삼아 무신사는 로켓처럼 솟아올랐다.
무신사에서는 제법 괜찮은 옷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밋밋한 유니클로를 살 돈이면 무신사에서 '쌔끈한' 스트리트 브랜드 티셔츠를 살 수 있다. 용돈이 궁한 10대들이 열광하며 자발적인 입소문을 내줬다. 2019년 5월, 무신사의 회원수는 470만 명을 돌파했다.
실속은 수많은 브랜드를 끌어당겼다. 무신사의 인지도와 회원수를 기반으로 신생 브랜드들이 입점을 원하게 되었고, 무신사의 영향력은 메이저 브랜드에까지 미쳤다. 휠라, 반스, 나이키 등이 무신사에 입점했다. 2018년 기준,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수는 3,500개가 넘는다.
무신사 사이트를 "개미지옥 같다"라고도 표현한다. UX가 이보다 복잡할 수느 없다. 미적인 요소보다 판매하는 물건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가 마구잡이로 상품을 진열해놓은 듯한 인상이다.
무신사가 고개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양'이다. 입점한 브랜드의 양, 패션 정보의 양. 이러한 메시지가 2018년 무신사에서 제작한 첫 번째 TV 광고 슬로건, '다 여기서 사, 무신사'에 담겨있다.
무신사 랭킹, 무신사 웹진, 스탭 스냅, 프레젠테이션 모두 판매를 촉진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조만호 대표는 무신사의 방식은 돌려서 예쁘게 말하지 않고 노골적이며 직접적이라고 했다.
'멀티팩터',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는 각각 개별 브랜드라고 생각하자.
롤로이가 느끼기에는, 두 브랜드의 개성이 필체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다. '멀티팩터'는, 본인이 성실하게 공부하고 조사한 지식과 정보를 자신감있게 표현하는데, 개인적인 얘기는 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기교없이 말하는 사람과 같다. 나름 전문적이고 신뢰를 주는 이미지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예측하는 내용도 확신에 차있어서 왠지 맞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논리 전개가 공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는 트렌디하게 옷을 입고 와서 자신감 있게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몇 가지 타이틀로 구분하여 명료하게! 표현하는 사람이다. 첫째 OOO, 둘째 □□□, 셋째 △△△ 등등. 개인적인 얘기도 하고, 곁다리로 들려주는 이야기 거리도 풍성하다. 유명 강사 같은 이미지다. 당신이 여기 와서 브랜드 관리해보라고 하면 왠지 하나도 못할 것 같지만, 어디가서 그 브랜드 얘기를 브랜드 담당자보다 더 잘하는 사람처럼 그려진다. 저자가 프롤로그에 언급한 것처럼 '어디서나 화제가 풍부해진다'는 목적으로 책을 선택하기에도 알맞다.
사업을 운영하려는 예비 사장님이나 어떤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사람이나 브랜드 매니저들에게, Key success factor를 잘 정리한 책들로서 저자들의 직접적으로 언급한 정보와 함께 행간에 숨겨진, 독자들의 지식과 경험을 합하여 더욱 의미있는 깨달음을 얻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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