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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주머지. 어떤 곳에 돈을 쓸 것인가? 지나가는 고객이 선택해주길 바라거나, 배달앱에서 우리 가게를 선택해주길 바라는 식당들은 셀 수도 없다. 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투자한 권리금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고, 목 좋은 곳은 월세가 비싸서 요즘처럼 코로나19로 고객들이 식당을 찾지 않는 경우에는 몇 개월 버티기 벅차다. 고정비 지출이 야속한 식당 주인이나, 일거리 없이 파리만 쫓는 직원이나 껄끄럽고 불안한 것은 매한가지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위축되었던 활동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만 하면, 어디에선가 도사리고 있던 위험이 신천지를 타고, 이태원 클럽을 타고 다시 고개를 쳐드는 바람에 사람들의 활동이나 경기의 V자 반등은 아직 멀게 느껴진다.
코로나가 뭔가요?
이 와중에도 잘 되는 집은 잘 되더라. 언택트, 집콕으로 사무실보다 가정의 구매 비중이 높았던 상품들은 오히려 특수기를 만났다. 비교 대상이 아닌가?
식당 얘기로 시작했으니, 식당으로 비교해보자. 웨이팅 시간이 조금 감소한 것 빼고는 여전히 만석인 식당들이 존재한다. 삼각지 OO, 도곡동 OOO, 강남구청역 OOO OOO, 한남동 OOOOO 등등.
고객들은 위험을 무릎쓰고서라도 이들 식당을 찾는다. 기왕 모임을 갖기로했으면, 평소에 대기 시간이 길어서 가기 힘들었던 곳을 가자는 심리도 작용했으리라.
이들 식당이나 기업들은 위기에도 살아남는다. 할인점이나 수퍼마켓 매대의 경우와 유사하다. 해당 카테고리가 축소하더라도 1등만 살아남는다. 해당 시장이 축소하면, 소매점 운영자는 한정된 공간에 회전율과 이익률이 높은 상품 위주로 진열할테고, 5, 4, 3, 2등 브랜드는 순차적으로 자리를 잃게된다. 외부 요인에 의해 위축되는 오프라인 식당 시장, 식당 안에서 고깃집 카테고리라고 한다면, 1등 위주로 운영이 되어 간다.
비결이 뭔가요?
저자, 홍하상 교수는 중국, 태국뿐만 아니라 일본 전문가다. 일본의 경기침체 속에서도 살아남은 소상공인, 기업들에 대한 Key Success Factor를 소개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를 중심으로 200년 이상된 가게, 100년된 기업들의 경영 철학을 정리해놓았다.
1. 장인정신
- 초밥가게, 이요마타 (1617년~) : 고등어 초밥(사바스시) 등 판매. 최상급 고등어를 소금에 40시간 이상 절인 후 식초물에 2시간 넣었다가 다시마를 덮는 방식을 고수. 쌀을 고를 때는 직접 다 먹어본 후 결정한다.
- 나무빗 가게, 쥬산야 (1875년~) : 1,000여 종이 넘는 수제 빗. 한달 매출액 약 1억 원. '가고시마 회양목'을 원재료로 사용. 디자인 전문가의 수작업을 통해 빗 제조. 개당 1만 엔 이상이다.
- 혼수용품 가게, 겐다 (771년~) : 최고급 혼수용품. 프랜차이즈나 지점 없이 단 한 개의 가게만 운영한다. "남이 알아주든 말든 내 길을 간다. 싼 혼수용품이 넘쳐나지만 최고의 품질, 최고의 가격을 고수하며 천 년 이상 지속해왔고 앞으로도 천 년 이상 이어가겠다."
2. 천하를 감복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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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요리 가게, 오쿠단 (1637년~) : 손님이 일생에 한 번 온다고 해도 소홀할 수 없다! 100여 종 이상 두부 판매. 최고급 재료로 하루 30인분만 판매. 남은 음식은 절대 보관하지 않고 직원들이 소비한다. 최상의 맛을 내도록 끊임없이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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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과자 가게, 토라야 (1241년~) : '상인으로서 품위를 유지하라', '한우물을 파라', '낭비를 하지 마라', '금전을 빌릴 때는 신중하고 엄격하라', '교제는 필요 이상으로 하지 마라', '취미를 갖되 그 방면의 일류가 되라' 등이 가훈이다. 이 가게의 실천 사항은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가게 앞을 장식하고 청소하며, 장을 보러가는 일은 위로부터 3~4인에게만 시킨다. 고용인 모두에게 월 2회 주연을 베출되 소박하게 진행한다.
3. 한 번 고객과는 평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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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여관, 히이라기야 (1818년~) : 할리우드 배우 등이 머무는 여관으로 유명하다. '한 번 온 손님은 정성을 다해 모실 것', '마음으로 손님을 모시고 손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할 것'이 가훈이다. 당대 지식이었던 주인 니시무라 아케미는 자신을 낮추고 손님 말을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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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가게, 마이센도, 메밀국수 가게, 오와리야, 칼 가게, 아리츠쿠
장인정신, 천하를 감복시키는 요소들, 단골고객
이들 세 가지 주제가 핵심 성공요인 KSF이다. 그 안에 예시들은 흥미로운 읽을 거리이기도 하고, 언젠가 일본이 과거사에 사과하고 우리가 일본 땅을 밟아줄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방문해볼만한 맛집들로 활용 가치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게 쪽집게 강사처럼 친절하게 가르쳐줄 것을 기대하지 말자. 경영서적들은 시사점만 던져줄뿐, 나의 기업과 상점, 식당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우리, 독자들의 몫이다.
예상 타겟 독자는 기업 경영자, 소상공인에게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상의 나래를 펴고, 그동안 배운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야 가능하다.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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