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떤 돈가스 가게에 갔는데 말이죠"라는 책. 저자 '이로'라는 필명을 쓰는 '유어마인드'의 운영자는 그렇게 인생 이야기를 시작한다. 음악으로 치면 크게 위아래로 튀지 않는 음표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3/4박자에 맞춰 단조롭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을 듣는 것 같다. 그림을 본다면, 파아란 하늘이나 개울가 옆을 날아가는 민들레씨를 밝고 따스한 계열의 파스텔로 색칠해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원제목은 "글쎄 제가 어떤 돈가스 가게에 갔는데 말이죠"인 것 같은 재잘거림이 있다. 아기자기함이 있다. '신의 물방울'이나 '식객'에서 오감을 이용해 술이나 음식을 느끼고 표현하는 그런 표현은 아니다.
평양냉면, 오마니의 치맛자락이 대동강변의 버들가지같이 팔랑거리는 것이 보인다! - 허영만, "식객" 중
그의 재잘거림은, 10곳의 일본 현지 돈가스집을 방문하며, 함께 동행한 친구에게 본인의 시각과 생각을 위아래로 튀지 않게, 옹기종기 모인 음표들처럼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돈가스집 앞에서 웨이팅할 땐, 기다림에 대한 생각과 기다릴 때 그가 주로 하는 '짓'을 이야기한다. 가게에서 들리는 음악에 대해서는 본인이 운영하느 책방의 BGM을 이야기한다. 메뉴가 너무 많은 곳을 가서는 '선입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준비중'이라는 표시를 보며 주인과 고객의 약속, 정한 패턴을 말한다.
안타깝게도 일본과의 관계가 여전히 좋지 않아, 환영하지도 않는 분위기 속에서, 굳이 일본을 찾아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 일본 정부도 정권 획득만을 바라지 않고, 미래 세대를 위한 이웃나라와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기꺼이 이 책에 소개된 전통적이고,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10군데의 돈가스 가게를 방문하고 싶다.
가끔은 대중의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취향에 맞는 독립영화를 보거나 한 벌 밖에 없는 샘플용 디자인 옷을 사입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어울리는 휴일에,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시원한 커피숍 창가 테이블에 앉아, 은은한 커피 향을 맡으며, 앞 자리에 '이로'를 앉히고 그의 수다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 또한 여름 무더위를 이겨낼 좋은 힐링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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