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natomy of Business

[산업 해부] 용산미군기지 개방을 보며 생각해보는, 식물을 이용한 토양 정화 Phytoremediation, Bioremediation

by Roloy 2020. 11. 23.

최근에는 용산 미군기지가 부분 개방을 하게 되면서 이색 관광코스로 소개되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에서 카투사로 근무했던 필자로서는 일제 시대부터 미군정, 대한민국 수립 이후까지 여전히 타국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남영동 일대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소식과 약 2년의 시간을 보냈던 장소를 다시 가볼 수 있게 된다는 소식에 반가움이 앞섰다.

남영동 (南營洞), 말 그대로 '서울 남쪽의 병영'이었던 해당 지역은 남영동, 용산동1가, 갈월동, 동자동을 포함하는데, 근 100년간 일본과 미국의 군대가 주둔하면서 사실 상 우리 정부의 통제 밖이었던, 한국 내 외국이었다. 필자가 근무할 당시에도 사우스포스트 내 드라곤힐 Dragon Hill 호텔이, 우리나라 관할 구청 등에 신고를 하지 않고 불법 건축 행위를 하자, 관할 구청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포크레인을 보냈지만, 결국 입구도 통과 못하고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이제 이러한 미군 기지가 우리나라에 환수되고, 미군의 완전 이전 전까지는 부분적으로 개방되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용산 미군기지 South Post 전경>

 

서울시에서는 이곳을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공원으로 개발할 계획을 수립했지만, 그 진행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듯하다. 정부 부처 선점 부지, 미군 잔류부지, 한미연합사령부지 요구 등으로 358만㎡의 면적이 계속 축소되고 있으며, 국가 공원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쟁점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용산미군기지 개발 계획 2016>

 

 

이 지역에 대한 이슈 중 하나가 2016년~2017년에 걸쳐 이슈화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주한미군 기지의 토양오염에 대한 것이다.

 

 

 

국가 공원화를 위한 계획 속에 토양 정화에 대한 계산도 필요

 

이 부지는 기름에 찌들었을 뿐만 아니라 독성물질인 에틸벤젠, 톨루엔, 크실렌에도 오염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개방이 된다해도 일반인들이 오염된 땅을 밟고 다니게 될 것이기에, 공원화만을 위한 것이 아닌 환경, 건강을 위해서 해당 토지에 대한 정화 작업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그 방안 중에 피토레미디에이션 Phytoremediation 또는 바이오리미디에이션 Bioremediation 이라고 하는, 식물을 활용한 토지 정화에 대해 언급을 해본다. 

 

미생물 학자 Carol Litchfield가 BioScience에 쓴 'Bioremediation'은 "폐기물을 분해하기 위해 살아있는 유기체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으로 식물을 사용하는 "식물 정화"는 더 큰 생물 정화 분야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인류는 이미 역사적으로 이러한 생물 정화 기술을 사용해왔지만, 생물학적 치료는 1970년대에 처음으로 과학 연구 분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기 연구원들은 오염된 장소에서 미생물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영양분을 추가하거나, 오염된 토양이나 물을 오염 제거가 가능한 '생물 반응기' Bioreactor로 보내는데 집중하는 수준이었다. 

 

1980년대에 와서야 농약으로 오염된 밭을 복원하기 위해 사용하는 유기체에 식물을 포함시키게 되었다. 그 후 연구원들은 식물을 통해 정화시킬 수 있는 광범위한 화합물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석유 부산물, 중금속, TNT 및 페인트와 냉매에서 나오는 휘발성 성분이 포함되었다.

 

대부분의 식물은 오염된 토양이나 물에서 자랄 수 없으며, 가능하더라도 대부분은 독소를 흡수하지 않고 토양에 남겨둔다.

 

그러나 이 목적에 적합한 식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식물은 오염된 토양이나 물에서 자랄 수 없으며, 가능하더라도 대부분은 독소를 흡수하지 않고 토양에 남겨두기 때문이다. 농업에 사용되는 작물은 개선이 아니라 수확량을 위해 선택되었기 때문에 이상적이지도 않았다. 

 

웨스트 버지니아 West Virginia의 캐빈 크릭 Cabin Creek의 경우를 통해 발견한 식물을 살펴보자.

이곳에는 과거 정유소가 두 군데 있었으며, 모두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 저장 탱크를 여러 개 두고 있었다. 이 정유소는 1954년에 가동을 중단했지만 40년 이상 지난 1996년에도 연구원들이 현장의 토양과 지하수 샘플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의 석유 화합물을 측정하게 되었다. 석유를 구성하는 다양한 화학 화합물에 대해 전통적인 정화 기술로 한계가 있었고, 현장은 홍수와 기물 파손의 위험이 존재하여 기계적 복구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험하다는 평가가 났다. 이에 따라 웨스트 버지니아주 환경보호부는 주 최초의 식물 복원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Populus deltoids  X  Populus nigra>

 

1999년 봄, 식물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 때, 탱크와 시설 청소를 끝마치고, 덤불과 잔해물을 치웠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선택한 식물은 "잡종 포플러 나무종" Populus deltoids X Populus nigra으로, 이미 통제된 테스트에서 유기 독소를 분해하는 능력이 입증되었다. 그 해에는 54,000㎡에 걸쳐 15,000그루 이상의 포플러 나무를 심었다. 실험 진행 과정에서 물 부족으로 포플러 나무 5,000 그루가 죽어 교체되는 일도 발생했지만, 포플러가 생존할 수 있게되자 연구원들은 정기적으로 토양 및 지하수 샘플을 수집하여 가솔린, 톨루엔 및 벤젠과 같은 석유 유도체 화합물의 수준을 측정했다.

 

실험을 시작한 지 7년 후인 2006년에는 토양에서 휘발유 함량 수치가 82%, 지하수에서는 59% 감소했다. 톨루엔의 수준은 토양과 물에서 각각 90%와 84% 감소하여 포플러 나무가 땅과 물을 모두 성공적으로 정화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실험은, 설치 비용이 약 8만 달러, 연간 유지 보수 비용이 2만 달러로 매우 저렴했다. 비교를 위해 소각 및 토양 배출과 같은 다른 개선 수단은 중장비 설치, 토양 발굴을 필요로 했을 것이며 대략 6,5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소모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어떤 기작으로 식물이 토양 정화를 하는가

나무는 근권 (根圈, 토양에서 식물의 뿌리가 영향을 미치는 영역) rhizosphere이라고 하는 뿌리 주변의 영역을 형성하여, 미생물 microorganisms 성장을 지원한다. 이렇게 성장한 미생물이 독소를 분해하는 청소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근권의 성장에 대하여 나무가 토양의 건조 및 통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다소 수동적인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무는 미생물의 성장을 자극하는 화합물을 분비하는 적극적인 역할도 하게 된다. 식물이 분비하는 화합물 중 페놀류 phenols와 같은 성분은 미생물이 더욱 활발하게 독소를 분해하도록 만들어준다.

 

하지만 식물이 중금속에 대해서는 그 독소를 제대로 분해하지 못한다. 중금속을 체내에 고농도로 저장하는 축적종hyperaccumulator을 재배하고 후에 이들 축적종을 수확하여 오염된 토양에서 중금속을 제거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참고로, 과학자들은 이러한 축적종이 초식 동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으로 중금속 체내 축적 능력을 갖추도록 진화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한 실험에서 프랑스, ​​벨기에 및 룩셈부르크의 8개 지역에서 alpine penny-cress (Thlaspi caerulescens)를 재배했다.

 

<출처: wikipedia - alpine penny-cress>

 

각 지역의 토양에는 다른 수준의 아연 Zinc 함량을 나타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식물은 체내에 각기 다른 수준의 아연 함량을 나타내며 자라났다. 아연 농도가 높은 식물은 초식 동물에 의한 피해가 전반적으로 적었고 식물 위에서 달팽이가 더 적게 잡혔다. 초식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이 식물은 이러한 화학 물질을 더 적게 생산했다. 즉, 축적된 아연이 대체 방어 메커니즘으로 작용하여 식물로 하여금 다른 방어 수단을 생산하는데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중금속에 대한 식물 치료는 다른 치료 방법에 비해 이점을 제공하지만, 위험성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식물을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 먹으면 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잎이 떨어져 독소를 퍼뜨릴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식물을 통한 환경 정화에 대해서는 수역을 부영양화로부터 보호하거나 물고기 서식지 역할을 하며 해안선 침식을 보호하는 방법도 존재하며, 공기 중에 포함된 발암 물질, 트리클로로 에틸렌 (TCE), 벤젠, 클로로포름 등을 흡수하는 역할에도 식물이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식물을 활용한 정화 방식은 상업적 이용에 있어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때문이다.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담고있고 비용도 저렴할 수 있는 식물 정화는, 빠른 성과를 보여야 하는 관계 당국의 담당자에게는 매력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

댓글